자유
김솔인

일본식 하락장 공포에 갇혀서 놓친 지역들

한창 일본 부동산 거품 붕괴 뉴스만 파고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충북 쪽 산단 근처에 5억 중반대면 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찼죠. 우리나라 인구 구조가 일본 판박이라 지방부터 다 망할 줄 알았거든요. 그 파급력이 결국 제 통장 잔고의 처참한 격차로 돌아왔습니다. 그때 손에 쥐고 있던 현금 3억을 그냥 예금에 묶어둔 제 자신이 참 밉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데이터보다 공포에 더 민감했던 게 패착이었습니다. 어제 점심도 속이 쓰려서 대충 컵라면으로 때웠는데 아무튼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해요. 최근 나온 한일 도시별 소득 비교 보니까 우리 주요 산단 지역들이 일본 웬만한 현보다 높더군요. 바이오나 IT 산업이 실질적으로 체급을 키우는 걸 그때는 왜 부정했나 싶습니다. 사실 지금 다시 들어가라고 해도 그때 그 가격이 아니라 선뜻 손이 안 가긴 해요. 단순히 집값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의 기초 체력 자체가 바뀌는 흐름이었던 거죠. 일본식 하락장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실질적인 성장 엔진을 못 본 제 판단 미스입니다. GDP 역전이 현실로 다가오는 지표를 보면서 당시 제 편협함이 참 부끄럽네요. 산업이 뿌리 내리는 자리는 국경을 넘어서는 힘이 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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