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 시 산책로에서 마주친 나의 실루엣
오후 네 시가 넘어가면 단지 앞 산책로에 볕이 아주 깊숙하게 들어와요. 건물들이 반듯해서 그런지 바닥에 찍히는 그림자들도 유난히 날카롭고 선명하죠. 사실 처음 이사 올 때는 상권이 부족해서 후회할까 봐 한참을 고민했거든요. 근데 요즘은 매일 변하는 이 그림자 결을 구경하는 게 제 유일한 낙이 됐어요. 무채색 아스팔트 위에 길게 누운 제 실루엣을 보면 마음이 참 묘해집니다. 뜨거운 열기를 뚫고 걷는 동안에도 그림자는 묵묵히 제 발끝을 지키고 있더라고요. 어쩌면 이 무더운 계절을 버티게 해주는 건 시원한 에어컨보다 이런 풍경일지 몰라요.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길어진 제 그림자와 눈을 맞추니 오늘 하루도 참 수고했다 싶네요. 이런 소소한 발견들이 저를 이 동네에 더 깊이 뿌리 내리게 만드는 것 같아요.
댓글10개
- 남라영3개월 전
글에서 평온함이 느껴지네요. 부럽습니다.
- 곧은흰곰3개월 전
저는 그 시간에 너무 더워서 엄두도 안 나던데 대단하시네요.
- 조선호3개월 전
그림자 선명한 게 신도시 특징이죠. 가로수들이 아직 어려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 우직한족제비3개월 전
근데 그늘이 너무 없어서 여름엔 걷기 진짜 힘들지 않나요? 저는 낮엔 절대 안 나갑니다.
- 신다미3개월 전
맞아요. 해 질 녘 호수공원 쪽 그림자 길게 늘어지는 거 보면 예술이긴 하더라고요.
- 날랜황새3개월 전
이사 오길 잘했다는 생각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층간소음 때문에 정떨어지는 중이라 그런 여유가 참 부럽습니다.
- 당찬독수리3개월 전
글귀가 참 따뜻하네요. 오늘 퇴근길엔 저도 제 그림자 한번 봐야겠어요.
- 박현건3개월 전
감성도 좋은데 현실은 습도 지옥이라 금방 짜증 나더라고요. 에어컨 밑이 최고입니다.
- 유별린3개월 전
세종 사시는 분인가요? 동네마다 느낌이 다르긴 한데 확실히 계획도시는 그림자도 정갈한 맛이 있죠.
- 산뜻한곰3개월 전
처음 고민하셨던 상권 문제는 이제 괜찮으신가요? 생활하기 불편하면 저런 감성도 금방 사라지던데 아직까진 만족하시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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