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숲 세종에서 발견한 의외의 위로
이 동네에 정착해서 산 지도 벌써 십 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공터가 빌딩으로 채워지는 과정을 다 지켜봤죠. 오래 살다 보니 요즘은 도시의 완성된 모습보다 틈새 풍경이 더 들어와요. 퇴근길에 정부 단지 근처 가로수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보셨나요. 그 빛무리가 보도블록 위에 불규칙하게 흩어지는 게 꽤 근사하더라고요. 강 위로 지는 노을이 다리 난간에 부딪혀 반짝이는 순간도 그렇고요. 사실 이런 소소한 장면들이 바쁜 일상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곤 합니다. 우리가 목적지만 보고 달리느라 놓쳤던 다정한 조각들인 셈이죠. 아, 아까 잠깐 스친 바람에서 이제야 진짜 여름 냄새가 나기 시작했네요. 예전엔 먼지만 날리던 길이었는데 이젠 이런 감상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거창한 계획은 없어도 이런 일상의 무늬들 덕분에 오늘이 특별해지네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러분의 시선이 머문 곳은 어디였나요. 저는 화려한 간판 불빛보다 단지 입구의 차분한 조명이 더 마음 편하네요.
댓글10개
- 엄청난낙타3개월 전
저도 이응다리 산책하다가 멈춰 섰네요. 물결에 비친 윤슬이 예전보다 훨씬 깊어진 느낌입니다.
- 게으른황새3개월 전
토박이시라니 부럽네요. 저는 이사 온 지 한 달이라 길 찾느라 바빠서 하늘 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 이가빈3개월 전
풍경은 좋은데 퇴근길 정체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와요. 감상에 젖기엔 현실이 너무 팍팍하네요.
- 바람직스러운해달3개월 전
공감합니다. 단지 내 조경 나무들이 훌쩍 자란 걸 보면 시간이 참 빠르다 싶어요. 여름 밤 공기가 주는 특유의 차분함이 있죠.
- 조은한3개월 전
글이 참 따뜻하네요. 저는 오늘 아파트 화단에 핀 수국이 그렇게 예쁘더라고요. 발걸음을 늦추게 만드는 마법 같아요.
- 고운산양3개월 전
너무 낭만적으로만 보시는 거 아닌가요? 상가 공실들 보면 다정한 풍경보다는 도시의 빈틈처럼 느껴져서 씁쓸하던데요.
- 이오용3개월 전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의 차이겠죠. 그래도 지친 몸 이끌고 집에 갈 때 불 켜진 창문들 보면 묘하게 안심이 됩니다.
- 조종빈3개월 전
맞아요. 그게 바로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겠죠.
- 최태희3개월 전
저는 오늘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습니다. 잠깐이었지만 힐링 됐어요.
- 주서민3개월 전
글쓴이님 마음이 참 예쁘신 것 같아요. 비슷한 동네 살아도 누군가는 불평만 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움을 찾아내시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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