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우직한강아지

동네 뒤편 오솔길에서 발견한 세월의 가치

오늘 산책하다가 아파트 뒤편에 숨겨진 숲길을 발견했어요. 사실 여태 이 동네 살면서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거든요. 부동산 사장님이 예전에 여기 조경이 진짜라고 하셨던 게 생각나서 가봤는데 입구부터 분위기가 달라요. 수풀 사이로 정교하게 깔린 돌길이며 울창한 나무들이 장관입니다. 지나가던 주민분께 물어보니 한 어르신이 십 년 넘게 혼자 가꾼 거래요. 지금은 묘목 수백 그루가 모여서 울창한 숲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긴 세월 동안 흙 나르고 나무 심었을 정성을 생각하니 나무 하나가 예사롭지 않아요. 요즘 지어지는 화려한 신축 조경보다 훨씬 묵직한 감동이 있네요. 아, 그런데 진입로가 너무 좁아서 차 끌고 가기는 좀 힘들어요. 빌라촌 골목이라 마주 오는 차 피하느라 아까 식은땀 좀 흘렸거든요. 운전 서툴면 고생 좀 할 거라 그냥 근처에 대고 걷는 게 나아요. 그래도 막상 도착해서 나무들 보고 있으니 오길 잘했다 싶어요. 한 사람의 끈기가 만든 공간이라 그런지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다음에는 꽃 피는 계절에 다시 가서 그 어르신도 한번 뵙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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